고시원과 오피스텔, 몰랐던 또 하나의 차이 (1)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고 여섯 달 쯤 지난 어느 날 나는 수원 어느 곳의 공인중개사 사무실 을 계약했다.
이 사무실이 내가 공인중개사로서의 첫 발을 내딘 곳이었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개업을 하기 전에 다른 공인중개사에게 사무실을 넘겨 버렸으므로.
계약 후 잔금까지는 약 한 달 동안의 기간이 있었다. 그 기간 동안 공인중개사 실무를 배울 겸 하여, 매일같이 사무실에 출근을 했다. 나에게 사무실 양도계약을 했던 공인중개사는 나보다 두 살 더 많은 분이었는데, 공인중개사를 한 이력이 꽤나 됐다고 했다. 다만 그 곳 사무실은 개업한 지 약 1년 정도 됐던 것이고, 그것을 나에게 양도키로 계약한 것이었다.
외견상 수원의 신도시와 분당 신도시는 어쩌면 크게 차이가 없다. 높은 건물들, 눈이 시원할 정도로 넓은 도로들, 적어도 운전대를 잡고 다니는 동안 이 두 신도시는 많이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도시는 다 도시인 것처럼.
하지만 운전대를 살짝 꺽기만 하면 두 도시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분당은 어디 방향으로 운전을 해 가더라도 다 같은 신도시이다. 큰 도로로 운전을 하던, 큰 도로에서 벗어나 이면도로로 운전을 하던, 다 비슷한 신도시다. 아니 대개는 이면도로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기 어려울만큼 넓은 도로들로 이루어져 있고, 뚝 뚝 떨어져 서 있는 아파트들은 이것이 진정 새로 만들어진 도시라는 느낌을 갖도록 하기에 충분하다.
수원의 신도시는 달랐다. 그러니까 더 정확하게, 넓은 수원의 도로에서 벗어나 내가 계약했던 중개사 사무실이 있는 곳까지 얼마간의 거리에, 도시의 모습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화려한 고층건물의 바로 뒷쪽으로 몇 바퀴만 굴러가면, 70년대의 옛 서울을 연상케하는 노후한 건물들이 쏟아져 눈에 들어온다. 고층건물은 이들 노후건물들을 감추고 있는 도시의 껍데기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나 할까.
삐뚤삐뚤한 길들, 좁아졌다 넓어지고, 다시 좁아지고, 게다가 울퉁불퉁하기까지. 아니 삐까번쩍한 도시의 한 걸음 안 쪽에 이런 곳이 존재한다니, 믿기기 어려울 지경이지만, 이것이 오래된 도시에서 확장된 도로를 따라 껍질만 채색된 재생도시의 진짜 모습인 셈이다.
내가 계약한 사무실이 있던 동네는 노후화된 건물, 그리고 불법 건축물이 걸음걸음마다 자리잡고 있던 그런 곳이었다. 건축물 대장을 확인하면, 여지없이 "불법건축물"이라는 빨간색 표식이 오른쪽 위에 찍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나중에는 불법건축물 표식이 없는 건물을 보면 그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혹시 모를 일이다. 그 사무실에서 중개대상물로 삼던 물건들만 유난히 그랬던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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