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 비밀일기(7 마지막편)

공인중개사 비밀일기

공인중개사 비밀일기(7 마지막편)

가인공인중개사 / 객원기자(전문기고인)

사실 이 문제는 불평등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고시원(근린시설 원룸)이든 오피스텔이든 기본적으로는 모두 비주거용 시설이다. 그럼에도 오피스텔은 중개보수가 주거용으로 확실하게 명시돼 있는 반면 고시원의 경우에는 명시된 바가 없어 원칙적으로는 비주거용 중개보수가 적용될 수 밖에 없다.


물론 주거용 근린시설에 대해 많은 중개사들이 주거용 중개보수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중개사들의 재량에 따른 것이거나 혹은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분쟁에 대비하기 위한 것일 뿐, 규정에 명시된 바는 아니다. 한마디로 다 같이 비주거용에서 출발한 시설이면서도 오피스텔 거주자들은 고시원의 거주자들에 비해 중개보수상의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생각해보면 주거용 오피스텔이라는 것 자체가 모순적이다. 오피스텔의 출발은 어디까지나 오피스, 즉 업무공간인 것이며, 업무를 보다 안락하게 볼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개념을 갖는 것이다. 주거용이라는 말과 오피스텔이라는 말은 그래서 상호 모순적이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업무공간으로서의 기능을 배제한 채 완전한 주거공간으로 탈바꿈한 오피스텔이 우리의 일상에 자리잡게 되었다.


애초에 사무용 오피스텔을 개조해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것이 문제시 된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틈엔지 애당초 사무용이 아닌 주거용을 겨냥해서 아파트 대용으로서의 주거공간으로 만들어진 오피스텔들이 속속 등장했고, 어쩐 일인지 정책관련자들도 이를 순순히 묵인해왔다. 그러던 것이, 오피스 기능이 배제된 오피스텔이라는, 순수 주거용 오피스텔의 존재가 하나의 상식처럼 돼버렸다.


오피스텔은 새로운 개념의 건축물이다. 보통 다수의 구분건물로 구성된 집합건물의 형태를 유지하는 오피스텔이 속속 등장하면서 오피스텔 사용자들은 일종의 추상적 집단을 이루었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관련 정책입안자들이 오피스텔 주거자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게다가 오피스텔은 한 때 아파트에 이어 가치있는 투자의 대상으로서도 간주되어 왔다. 그만큼 상품성이 잘 갖추어진 건축물이다. 때로는 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임대수입을 위한 자본투자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만큼 오피스텔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상당한 비중으로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정책 입안자들이 오피스텔에 대해서는 별도의 정책적 고려를 해야 할만한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개념의 오피스텔은 좋은 자본투자의 대상이기도 하다.(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합니다.)


하지만, 가령 고시원과 같은, 근린시설 원룸의 경우는 어떨까? 원룸의 사용자들은 대개 흩어진 각자의 개인일 뿐이다. 대개는 오피스텔 사용자에 비해 형편이 좋지 못하거나 혹은 정책적 입안에 굳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층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만큼 원룸은 정책적 고려의 대상에서 동떨어진 대상일 뿐이다. 오피스텔보다 높은 중개보수를 적용받더라도 그저 그 뿐이고, 이에 이의를 제기할만한 추상적 집단은 아닐 것이다.


결국은 힘의 문제다. 오피스텔 사용자와 근린시설 원룸 사용자들 사이에는 집단간 힘의 불균형이 있고, 이것이 전자의 사용자에 대해서는 중개보수의 규정이 있는 반면, 후자의 사용자에 대해서는 별다른 규정이 없는 이유라 생각된다. 처음 말한 것처럼, 결론적으로 이는 불평등의 문제다.


나는 정책입안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 줬으면 하는 바램을 갖고 있다. 주거용의 경우 비록 업무시설로 등록된 오피스텔이라 하더라도 주거용 중개보수를 규정한 것처럼, 주거용의 경우 비록 근린시설로 등록된 원룸이라 하더라도 주거용 중개보수를 명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오피스텔이든 근린시설 원룸이든, 방점은 주거용이 아닌가?


주거용 원룸 사용자들을 조금이라도 폄하함이 아니라, 평균적으로 이들의 형편이 오피스텔 사용자들보다 낮을 것이라 판단된다. 형편이 낮은 사람이 더 높은 중개보수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것도 '비주거용의 주거용 사용'이라는 동일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것이라면, 이제는 한 번 쯤 이를 점검해봐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좋은 정책입안자라면, 이런 세밀한 부분에 관심을 쏟고, 개선해나가는 입안자가 아닐까, 나 혼자만의 판단은 아닐 것이다.


'고시원과 오피스텔, 몰랐던 또 하나의 차이' 기사는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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