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이 울린다』(볼프강 슈트랙)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조종이 울린다』(볼프강 슈트랙)

백재선 / 전임기자

세계 경제가 저성장과 양극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 대한 위기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볼프강 슈트랙 교수는 조종이 울린다는 책을 통해 오늘날 직면하고 있는 자본주의의 위기에 대해 신랄하게 분석한다.

 

볼프강 교수는 신자유적 자본주의가 들어선 이후 노동조합의 해체와 민주주의 형해화로 자본주의를 교정해줄 대항 세력이 몰락하면서 자본주의는 종말을 맞을 위기에 처해있다고 진단한다.

 

자본주의 체제는 대항 세력의 견제로 규제와 개혁이라는 자기 교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이 얻을 수 있었으나 신자유주의 자본주의는 이러한 자생력을 점차 잃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은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 이후에 새로운 경제 체제로 대체되지 못하면서 거시 체계의 통합 붕괴로 사실상 통치 불가능한 사회로 전락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들은 오로지 자기 자신에게만 의존할 수밖에 없고 다른 한편으로 사회질서는 사회 통합의 가장 허약한 양식인 목적합리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저자는 선진자본주의 5가지 무질서로 스태그네이션(경제 침체), 과두적 재분배, 공공영역의 약탈, 부패 만연, 글로벌 무정부 상태 등을 꼽았으며 이에 대한 치료책이 사실상 없다고 단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위기는 자본주의 시장과 민주주의 정치의 고질적인 갈등에서 비롯되었다. 과거에는 민주주의가 자유시장의 이름으로 제약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자본주의가 광범위한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전제가 받아들여졌으나 요즈음에는 권력이 시장으로 완전히 넘어왔다.

 

하이에크의 신자유적 자본주의 이론이 득세하면서 민주적 자본주의 제도는 사라지고 시장이 민주주의 주권국가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늘날의 글로벌 정치경제 체제하에서 민주적 자본주의를 정치적으로 관리할 가능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으며 그 결과 민주주의 경제의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시장 권력이 민주주의 주권국가를 점차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방어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자본 소유자들에게 맞설 수 있는 역량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책에서 드러나지만 만연한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정치경제 권력은 탐욕적인 금융자본가와 무책임한 정부 관료들 소수의 손으로 넘어갔고 다수의 대중은 정치경제 권력에서 완전히 소외당하고 있다.

 

볼프강 교수의 진단은 우리나라의 정치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데에도 크게 무리가 없다.

 

시장 권력은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졌지만 우리 사회에서도 자본주의 시장 보호라는 명분 아래 노동자의 권익 약화와 정부의 사회복지 기능 축소를 주장하는 극우주의와 포플리즘 세력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민주주의 정치 제도 유지에 책임이 있는 정당 정치가들도 국가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만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체제 옹호에 앞장서고 있다.

 

일부 언론과 학자들도 공익과 공동선 추구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들의 기득권 보호와 이익 추구에만 오로지 관심을 두고 있다.

 

진영 간에 갈등 해결의 조짐은 없고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만 보이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볼프강 교수의 책은 자본주의 위기 실태를 정치ㆍ경제ㆍ사회 제반 측면에서 잘 짚어주고 있지만, 위기의 해결책이나 미래의 대안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는다.


최근 들어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소득 불균등과 양극화 심화로 자본주의 문제점이 더욱 도드라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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