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신영복)
신영복 선생의 『담론』이라는 책을 두 번 읽었다. 인문 서적과 고전을 본격적으로 읽으려는 터에 『담론』을 읽고서 동양고전을 왜 읽어야 하는지와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별생각 없이 막연히 고전을 한번 읽어보려 했던 나에게 자신의 삶을 제대로 성찰하고 바른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서 동양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신선생의 말씀은 큰 자극이 되었다.
특히 “살아가기 위해서 공부해야 하고, 공부는 인간과 세계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라는 신선생의 말씀은 큰 가르침으로 와 닿았다.
신교수는 담론 1부 <동양고전을 통해 본 세계 인식> 편에서 본인의 성찰을 토대로 선현들의 핵심 사상을 쉽게 설명하고 그들의 사상이 현재와 미래와 어떤 연관성을 가지는지 풀이했다.
신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동양고전은 논어”라고 추천하면서 “그 이유로 논어가 사회 전환기에 분출하는 개방적인 사유를 풍부하게 담고 있으며, 인간과 인간관계에 대한 인문학적 사유가 풍부하다는 점”을 꼽았다.
또한 “동양고전의 의미는 무엇보다도 진영 논리에 탈피하여 통일과 조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데 있다”면서“논어의 和, 맹자의 擴充, 순자의 慮(배려), 양명학의 良知가 근본적으로 동일한 뜻으로 조화와 화합을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동양고전은 자신의 존재론적 한계를 자각하고 스스로를 꾸며가기를 결심하는 변화를 중시하며 이러한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의 조직이 필요한데 良心이 바로 이러한 관계를 조직하는 場이 된다”고 강조했다.
신교수의 담론 2부 <인간에 대한 이해> 편을 읽는 순간 나는 큰 감동과 울림 속에서 한순간도 책에 눈을 떼지 못하고 단번에 읽고 말았다.
20년 동안의 억울한 수형 생활에서도 세상을 탓하지 않고 자신이 체험하고 성찰한 내용을 담담하게 이야기해주신 신교수의 글을 읽고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신교수는 본인의 20년 수형 생활이 실수와 방황,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지만 감옥은 그에게 사회학과 역사학과 인간학을 가르친 산 교실이었다고 회고했다.
희망이 없는 막막한 교도소 생활에서도 배운 사람으로 수형자들을 외면하거나 가르치려 하지 않고 그들과 부대끼면서 어울리려고 부단히 노력하셨다.
신교수는 “서로의 차이를 인식하고 공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자기 변화의 시작으로 삼아야 한다”면서 자기 개조와 하방 연대를 중시하는 본인의 철학을 교도소에서 직접 실천했다.
책에서 드러난 신교수의 꾸밈없는 진솔한 인간미와 훌륭한 인품에도 큰 감동을 받았다.
신교수가 어느 날 특별 휴가로 교도소에 나와 서울 시내 유명 호텔에서 사람을 만나러 갈 때 외부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수인복을 그대로 입고 나갔다는 책의 대목에서 그의 진솔한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교수가 오랜 수형 생활을 마치고 사회로 복귀하셨을 때 친구분들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는 점도 옛날 선비와 같은 올곧고 따뜻한 심성을 지닌 그의 인품을 알 수 있었다.
책에서 과거 운동권 동료들의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신 점도 인상 깊게 읽었다.
교도소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보니 한 떼 주위에서 특정 이념과 주의를 들먹이며 목소리 높였던 사람들은 출세해 가버리고 여리거나 우직하게 보였던 사람들이 끝까지 사회 운동에 헌신하고 있더라는 이야기가 책에 실렸다.
예전에 별 능력 없어 보였던 친구들, 사명감이 아니라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사회 운동에 참여했던 우직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인간적인 곳으로 조금씩 바꾸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이러한 양심적인 사람들 때문에 희망을 품게 되었다는 신교수의 말씀은 역사적 변화는 중심이 아닌 변방에서 이뤄진다는 그의 평소 성찰과 맞아떨어져 참된 깨달음으로 간직해야 하겠다.
어느 때보다 각박해지고 메말라가는 各自圖生의 세태에서 참 지성인의 師表이신 신영복 선생이 남긴 말씀을 遺志처럼 새겨 두어야 하겠다.
“우리의 삶은 하루하루가 여행, 소통과 변화는 모두 살아있는 생명의 존재 형식, 부단히 소통하고 부단히 변화하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언약(言約)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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