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평전

백재선 기자의 책읽기 산책

공자 평전

백재선 / 전임기자

오랜만에 공자를 인간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려는 책을 읽었다. 안핑 친이 쓰고 김기협이 옮긴 『공자 평전』은 권위와 신화의 옷을 벗기고 인간 공자를 기술한 책이다.


저자는 논어는 물론 좌전, 사마천의 사기, 맹자, 장자에서 언급되는 공자 관련 자료를 찾아 인간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아 그의 행적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다. 또한 공자가 당시 왕ㆍ제후ㆍ제자들과 맺었던 인간관계도 추적해서 구체적으로 묘사한다.

 

저자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책을 읽고 나면 논어에서 표현된 여러 상황 속에서 공자가 펼쳤던 행적과 처신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중국에 있었던 모든 좋은 일과 나쁜 일을 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면서 “공자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어 책을 쓰게 되었다”라고 밝힌다.

 

저자는 공자에 대해 “인생의 수많은 요소 가운데 어느 것이 옳은 것이고 어느 것이 가능한 것이지 찾아내고자 했던 지극히 인간적이고자 한 사람이었다”라고 평가한다.

 

평전은 출생에서부터 죽음에 이르는 일대기를 기술하는 일반적인 傳記와 달리 공자가 성인이 된 이후의 삶을 주로 다룬다. 따라서 공자의 조상이나 가계, 탄생 비화, 저술 활동 등 신화적이거나 후세 위작 논란이 많은 이야기가 대부분 빠져 있어 인간 공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

 

먼저 공자가 모국인 노나라를 떠나 14년간의 유랑을 떠나게 될 수밖에 없는 당시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짚어준 점이 눈에 뛴다. 공자는 길동무가 되어 준 젊은 제자들과 함께 오랫동안 유랑생활을 했고 고달픈 유랑생활 중에 고통과 분노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공자는 난세에 자신의 생각을 실천할 요량으로 여기저기 일자리를 찾아 나섰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이 없어 결국에는 고국으로 되돌아왔다. 공자의 이러한 방랑객 적인 삶은 이미 논어에서도 풀이 죽어 있는 ‘집 잃은 개’처럼 묘사된 바 있다.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와 죽을 때까지 힘쓴 일들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데 있었다. 공자는 제자들을 깨우쳐주고 밝혀주는 데에 싫증을 내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았다. 결국 공자의 가르침은 그의 삶의 전개를 비춰 보여주는 거울이 되었으며, 가르치는 것 자체가 그에게 자연스러운 삶이 되었다.

 

저자는 평전 끝에 공자의 두 제자인 맹자와 순자에 대해 비교하는 글을 썼다. 후세인들은 맹자를 공자의 道統을 잇는 후계자로 칭송하지만, 저자는 오히려 순자가 기질 면에서 공자와 가깝고 세상을 보는 관점이 유사했다고 평가해 눈길을 끈다.

 

순자는 근본적으로 이 세상을 불안한 곳으로 봤다는 점에서 공자의 사유와 비슷했으나 宋代의 유학자들은 순자가 인간의 본성을 추악한 것으로 파악했다고 모질게 배척했다. 이는 순자의 말을 따라가다 보면 자기네들이 주장하는 도덕철학의 근거가 뒤집힐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세상을 다스리는 치세론에 있어서도 공자와 순자는 유사하다고 언급한다.


공자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을 멋대로 가지고 노는 폭군들에게 말로만 개혁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해야 할 일을 제시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말이 앞선 맹자보다는 이성을 중시한 순자가 공자의 사유에 가깝다는 것이다.

 

역자 김기협은 “후세사람들이 봉건ㆍ충효ㆍ전통 등 관념에 파묻혀 공자의 인간적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라면서 “이 책은 인간 공자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라고 평가한다.


공자는 무한 성장을 꿈꾸는 근대에 들어와서 철저히 무시당했지만, 근대의 환상이 점차 무너져가고 있는 오늘의 상황에서 조화와 균형을 중시했던 공자의 삶에 대해 공부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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