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 - 김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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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 - 김홍정

청원닷컴 / 청원닷컴 편집인

김홍정 소설가의 『린도스성의 올리브나무』가 <도서출판 등>에서 출간되었다.

 

꼬리잡기를 연상케 하는 연인들의 만남과 헤어짐, 그림을 그리러 떠난 여인 연서, 연서를 찾아다니는 나, 나에 집착하는 중국인 주루와 로도스 섬의 여인들의 이야기가 풍성한 감정과 연민의 대서사로 펼쳐진다.

 

얼핏 보면 남녀간의 사랑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등장인물의 여정을 따라 가보면 지루한 현실을 떨친 주인공들이 신화의 세계로 자리한다. 그들의 자리는 성공한 이들이나 영웅이 아닌 동네 사람들이 살아온 삶의 과정이다. 이제 동네 사람들이 신화의 주인공이 되어 바람을 맞으며 대륙을 걷고 바다를 건너고, 성을 오른다. 김홍정 소설가는 그들에게서 선명한 신화의 흔적을 찾는다.


김홍정 소설가는 대하소설 『금강』(전10권), 연작소설『호서극장』, 『창천이야기』를 집필하여 시공간이 지닌 삶의 근원성과 다양성을 주술로 펼쳐냈다. 장편소설 『린도스성의 올리브나무』는 간결한 호흡으로 속도감 있게 이야기로 현대인의 삶 속에 배인 흔적을 파고들어 신화 쓰기의 새 단면을 보여준다. 『호서극장』을 통해 역사도시 공주 호서극장 주변 사람들에 깊이 자리한 연민의 흔적을 이끌어 도시 구조가 유발하는 오류와 억지, 모순의 상처로 방황하는 현대인들의 자폐성이 치유되는 공간으로 역사 속의 린도스 성은 선택하고 새로운 올리브나무 신화를 이룬다.

 

 

저자소개


김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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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사대 국어과 졸업. 충남작가회의

대하소설 『금강』 (전10권)

소설집 『창천이야기』 연작소설 『호서극장』

장편소설 『의자왕 살해 사건』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

2020년 공주문학상, 2020년 충청남도 올해의 예술인상(대상)


 

책속으로

 

태양신 헬리오스가 일으키는 바람을 맞으며 노을을 바라보면 헬리오스의 기분을 알게 된다고 한다.

“노을빛이 짙으면 짙을수록 헬리오스의 기분이 흥겨운 거야. 헬리오스가 즐겁게 하루를 지내면 사람들도 즐겁고 행복하게 되지. 노을이 없거나 흐린 잿빛이면 헬리오스가 화를 참고 있지만 결국 터트릴 거라고. 얼른 집으로 돌아가 문을 닫고 숨을 죽이고 있어야 해. 헬리오스는 오래지 않아 기분을 돌리거든.”

나는 카잔카의 뒤를 따라 걸으며 노을이 붉게 타올라 헬리오스의 하루가 행복했길 바랐다. (p.38)


현실 속에는 근원적 욕망과 자연의 생성 원리가 혼융되어 원시적 재창조의 기원을 드러낸다. 숨길 것이 없는 인간의 육신은 자연의 어떤 물상과의 결합을 통해 새 생명체로 전이될 것이고 그 싹이 인간의 의식으로 고착될 때까지 끊임없이 분화할 것이다.……몽골 초원을 노래하던 전사들과 그 전사들의 이야길 서사로 전한 신의 전령들은 현대에 이르렀어도 그 모습을 버리지 않고 올리브나무의 이야기로 남았다. 올리브나무들은 신의 전령들로 바다를 건너는 바람에게 현란한 은빛으로 공명한다.」(p.202)


린도스 성의 일몰은 서쪽 성벽에 드리워진 붉은 노을에서 비롯된다. 헬리오스가 내려놓은 태양은 땅 아래로 가라앉으며 제 몸을 갈래갈래 찢고 불꽃이 되어 내린다. 주루는 카페를 나와 린도스 성으로 다시 올라갔다. 린도스 성 곳곳에 사람들이 자리 잡고 붉은 노을을 본다. 그들은 성벽으로 들이치는 붉은빛으로 물든 높은 망루에 카메라를 집중하며 탄성을 지른다. 주루는 오로지 성벽 앞에 있는 올리브나무에 시선을 집중한다. (p.206)


올리브나무를 등지고 둘러앉은 사람들은 아무도 올리브나무가 말하는 것을 듣지 못하고 있다. 성벽이 붉게 물들고 가늘게 불던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나무 가지들이 성벽에 그림자로 춤을 추기 시작한다. 에게해를 건너온 바람이 강하게 회오리를 일으킨다. 꺾일 듯이 출렁이는 올리브나무가 불 속에서 제 몸을 견디느라 몸부림친다. 붉은 기운에 이미 시커먼 숯덩이가 된 올리브나무는 주루의 셔터를 받자 은빛으로 찬란하다.(p.206)


나는 흔들리는 당산나무 앞에 선다. 어린 광식이 당산나무 앞에서 춤을 춘다. 그 곁에서 연서도 춤을 춘다. 나는 눈에 힘을 주고 당산나무 앞으로 다가선다. 눈에 보이는 나무는 당산나무가 아니다. 당산나무는 허리에 두른 금줄을 풀어 성큼 성벽 앞으로 다가가 올리브나무에 묶는다. 햇살에 은빛으로 빛나는 올리브나무. 그 올리브나무는 금줄을 허리춤에 매고 뜨거운 햇살과 달궈진 바람을 맞으며 온몸을 흔들어 빛을 발하고 있다. 올리브나무는 연서로 변하더니 비너스가 되고 마리스가 된다.(p.115)


연서는 올리브나무에 생명을 불어넣기로 했다. 올리브나무에 당산나무의 신줄을 걸고, 벌거벗은 여인을 세웠다. 여인의 자리에 반수반인半獸半人의 생명체를 앉히자 비로소 올리브나무는 은빛의 몸을 떨며 원시의 세계로 돌아갔다. 자신의 세계를 얻게 된 연서가 그린 누드는 린도스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과는 달랐다. 누드와 꽃들이 조화를 이뤄 꽃이 누드인 여인을 이끌거나 여인들이 꽃이 되는 혼란스러움을 그림에 담았다. 무질서한 꽃들이 여인의 몸 구석구석을 차지하면서 여인은 하나의 거대한 꽃이 되었다. 어느 순간 여인은 꽃을 지배하는 여신처럼 온화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어깨가 튀어 올랐고, 둔부가 돌출되었거나 음부를 가린 거웃의 동산이 불룩하게 솟아올랐다.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은 점차 귀여운 양이거나 어리둥절한 표정의 사슴이거나 거친 숨을 몰아쉬는 나귀도 되었다. (p.177)


 

 

출판사 리뷰

 

연인을 잃은 이들은 로도스 섬을 찾고 에게해가 담은 짙은 상처를 보듬는다.

그들은 로도스 섬에 도착해 린도스 성을 올라 각자의 흔적을 떨쳐낸다.

린도스 성의 올리브나무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이야길 들려준다.

연인들은 올리브나무에게 새 힘을 얻고 자신의 저자거리로 돌아와 사랑을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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