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ASEAN 회담 최대 성과 – 15개국간 RCEP 타결, 의의와 전망
문재인 대통령 ASEAN 회담 최대 성과 – 15개국간 RCEP 타결, 의의와 전망
문재인 대통령이 4일 트윗을 통해 아세안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의 타결을 알려왔다. 이는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방콩 아세안 정상회담의 최대 성과라 할 수 있다. RCEP의 의의와 전망 등을 살펴본다.
RCEP란?
RCEP는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의 약자이다. 국가간 자유무역협정(FTA)보다 한층 더 포괄적인 의미의 경제협정이다. 역내 무역관세를 없애고 자유무역 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최근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사이에 체결된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 = CEPA)이 양국간 협정이라면, RCEP는 역내 다자간 협정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역내 블록을 형성하는 만큼 블록외 경제권에 대해 상당한 경제적 대항력을 갖는다는 점에서 주요한 의의가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총리, 그는 이번 RCEP 협상타결의 최대 걸림돌이었다.
2012년 콜롬비아 아세안 정상회담에서 발단이 된 이 협정은 원래 10개 아세안 국가들과 여기에 한국, 중국, 인도, 호주, 뉴질랜드, 일본 등 6개의 FTA 파트너 국가등 16개국이 협상을 계속해왔다. 이들 국가들의 인구 총수는 34억에 달하며 국내총생산(GDP) 역시 49조5천억 달러로 전 세계 GDP의 39%에 달하고 있다. 협정이 잘 이루어지면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이 형성되는 셈이다.
게다가 아세안 지역의 경제성장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2050년 이들 국가의 총 GDP는 250조로 전세계 규모의 5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숫자로는 16개 국가이지만 경제력으로는 전 지구의 절반에 달하게 되는 셈이다.
하지만 인도가 협정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협상 타결은 공전을 계속해 왔다. 방콕 포스트등 태국의 유력 신문들은 이번 ASEAN 정상회담에서도 인도의 불분명한 태도로 인해 타결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RCEP와 관련, ASEAN 개최 초기부터 모호한 자세를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일단 인도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이 내년까지 협상에 서명키로 합의함에 따라 이번 ASEAN 협상의 커다란 성과물로 남게 됐다. 15개국 정상은 20개 챕터로 구성된 텍스트 기반의 협정 내용에 합의한 상태이다. 인도와는 별도 협상을 계속해나간다는 방침이어서, 상황에 따라서는 인도 또한 최종 협상에 합류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인도의 미온적인 태도는 중국과의 무역적자가 주 요인이다. 이미 중국과의 교역에서 만성적인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인도로서는 무역관세를 낮추게 될 경우 농산물과 공산품은 물론 스마트 폰과 같은 IT 기기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인 중국 물량 공세를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무역적자의 확대 자체도 문제이지만, 자칫 자국의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과 인도는 차세대 산업인 우주항공 산업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데, 시장개방이 자국의 우주항공 산업의 성장에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 산업은 경제적인 문제를 넘어 양국간 군사적 이해관계까지 맞물려 있는 형국이다.
가령 1964년 중국의 핵실험이 있자, 인도가 이에 자극받아 10년 만인 1974년 같은 핵실험을 했던 예는 잘 알려져 있다. 지난 1월 중국의 창어 4호가 인류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자 인도는 지난 9월 찬드라얀 2호를 달에 보냈다. 2018년 중국의 위성공격 미사일 실험이 있자, 올 3월 인도는 지상에서 자국의 저궤도 위성을 격추하는 실험을 감행했다.
중국과 인도 사이의 이같은 군사적,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물려 있는 만큼, 인도의 RCEP 참여는 처음부터 다소 험난할 것으로 예견되어 왔다. 하지만 여타 15개국간 타결로 협정 체결이 가시화하고 있는 마당에, 인도가 계속해서 버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참여국들이 협상의 묘를 살려 인도를 끌어들일 것이라는 견해들이 우세하다.
우리 나라로서는 이번 타결이 실제 서명으로 이어지게 될 경우 더 없이 좋은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경제블록권에 합류한다는 점 자체만으로도 이익이 크지만, 우리로서는 여기에 또 하나 보너스가 존재한다. 즉 역내에서 일본과의 대등한 경쟁관계 가능성이 그것이다.
전통적으로 ASEAN 국가들은 일본 기업들이 선점효과를 톡톡히 누려오고 있는 지역이다. 태국의 경우만 하더라도, 젊은이들 사이에 일본어 열풍이 거셀 만큼 일본과 태국의 경제적 유대는 매우 견고하다.
역내 블록의 형성은 이를 깰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자체는 일본 기업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거나 앞선 경우가 많지만, 아세안 지역에서 이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RCEP 타결로 일본 기업과 대등한 경쟁이 시작되면, 우리기업의 활로가 그만큼 더 넓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 이번 ASEAN 정상회담의 주 관심사는 RCEP의 타결여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15개국 정상간 타결 합의는 우리로서는 매우 좋은 소식이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모친상 삼우제에도 참석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번 ASEAN 정상회담을 놓치지 않았던 이면에는, RCEP라는 국민적 선물이 마음에 있었던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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